최진실이 죽었대

그녀의 죽음 이후 몇일을 심난했다. 주말 또래의 다른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영국에 있는 친구가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통곡을 하며 울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나의 심난함은 급격하게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이런 미묘한 감정이 그리 이상한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 그것은 '그녀는 죽었고 나는 살았다'와는 또 다른 안도감이라 괴롭지 않고 편안했다.

그녀가 떠나고 신기하게도 다들(남자들 말고 여자들) 비슷한 소리들을 한다. 행복해야지. 용서하겠어. 미워하지 않을래.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하여 세상의 온도가 영쩜오도씨 가량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놀라워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그러나 곧 겨울이라 날씨는 금세 추워질테고, 원자재 폭등으로 인한 가스값 상승 때문에 올 겨울은 유난히 더 추울 것이다.

이제 최진실 이야기는 더이상 하지 않을 생각이다. P가 말하길 그녀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 표정이 매우 일그러진다는데, 그 이야기를 해주는 P의 표정 역시 일그러지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by ATOZ | 2008/10/06 15:16 | IN | 트랙백 | 덧글(1)
마음은 인어공주
첫 날은 뭍에 익숙한 몸이 물을 만나 영 낯설기만 했다. 이틀째는 다리에 쥐가 났고, 삼일째는 턱까지 숨이 차올라 물속에서 기어 나와 큰 대자로 뻗었다. 사일째부터 몸이 차차 물에 적응을 하기 시작하더니만 오일차 오늘 아침엔 드디어 물 속에서 얼만큼 숨을 안쉬고 버틸 수 있나를 시험해보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렀다. 100퍼센트 출석률에 빛나는 아침 수영반 오일차! *짝짝짝* 예기치 않게 코-기도를 통해 마시게되는 락스물 맛은 여엉 밸루이지만 샤워 후에도 온 몸(특히 머리카락)에서 솔솔 풍기는 락스향은 묘한 중독성이 있는듯 하다. 담주부터는 평영이다. 뭔가 이런 대단한 사건은 기록을 해두어야 할 것 같아서... 
by ATOZ | 2008/09/05 22:49 | IN | 트랙백 | 덧글(5)
신세계 입성기

가보지 못한 신세계는 이보다는 희망적이고 아름다울 것이란 환타지로 스스로를 괴롭히길 몇 해, 결국 다시 선택의 시간이 왔다. 그래도 한 식구라고 복도에서 만나면 생글 웃어주는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과 안녕. (아쉬웠다) 보다 정확하게는 사차원 배우들 수발 드느라 삼쩜오차원의 인류가 되어버린, 배우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던 매니저들과 안녕. (시원섭섭. 남남이 된 이 마당에선 이해한다 아무렴) 가장 정확하게는 어디서 굴러먹었는지 당췌 가늠조차 할 수 없던 개뼉다귀같은 팀장 새끼를 더 이상 만나지 않아도 된다. (흠)

그리고 광고 회사 AE 명함을 팠다. ATL도 아니고 BTL, 게다가 그래도 나름 광고주 생활을 하던 애가 이제와서 왜,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들. 그리고 두 달이 지났다. 자동차, 과자, 가전제품, **암 캠페인... 첫날 철야는 애교였다. 주말이나 연휴는 애초에 포기하는 편이 맘이라도 편하다. 문제는 팀원중 누구 하나도 이 상황에 대해 전혀 특이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름 일좀 하며 살았다고 자부했건만 지금껏 내게 월급을 주셨던 대표님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고. 그러나 월급생활자 입장에서 불황에 일이 많은건 나쁜게 아니다. (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그래도 기왕 시작한거 잘 맞을 것도 같으니 맘 잡고 하기 나름이다. (라고 첨에 결사반대 하던 친구들이 위로해준다) 게다가 최근 들어갔던 경쟁 PT가 모두 성공인걸로 보아 어쩌면 내가 복덩이일런지도 모른다. (라고 말하며 관두면 지구 끝까지 쫓아오겠다 협박하는 팀원들) 어째 나를 뺀 모두가 한 마음으로 날 위해 세상이 움직이도록 기원해주는 분위기다. 워낙 일이 정신없이 돌아가다 보니 막상 신세계에 들어와 있는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어느 날은 일이 고되긴 하지만 나름 익사이팅하고 재미도 느껴지니 사주에 火를 네개나 가지고 사는 인간이 결국 한번은 거쳐야 하는 숙명으로 받아들일까 싶은 운명론자가 되었다가, 또 어느 날은 나의 길은 쥐눈이콩이건만 사래 깉 밭을 갈 생각을 않고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싶다가, 또 어떤 날은 막연히 요리를 하거나 빵을 구워야 할 것 같은 신내림(?)에 시달리기도.  

모르긴 몰라도 이제 당분간 신세계 타령은 쑥 들어갈듯. 이미 발 들인 이상, 이 세상 천지에 멋진 신세계가 어디 있겠냐고요. 수습 기간 개념으로 일단 용역 계약을 한 석달 중 두달이 갔고 이제 한달 남았다. 한달이 가면 어떻게든 결판이 나겠거니. 흐흐흐. 이 글 쓰는데 왜 자꾸 웃음이 삐져나오는지.  

by ATOZ | 2008/05/25 18:32 | IN | 트랙백 | 덧글(2)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